졸업하기를 약 두달을 앞두고,
약간은 서둘러서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넣기 시작하기를 한 세달쯤 지났을까.
보스턴에 있는 한 운용사로부터 Equity analyst 포지션으로 Call 제안을 받았다.
회계법인 감사 경력과 파이썬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오케이! 하고 바로 다음 주 대표와 통화하게 되었다.
감사본부 출신 회계사의 레주메는
'회계'라는 틀이 너무 강력해서
더군다나 유학생 OPT로 취업이 쉽지 않은 지금의 잡 마켓에서는
아무리 Finance 로 석사를 했어도 관련 경력이나 스킬 부족으로 인터뷰 기회조차 없어서 좌절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떡인지..? 했던 것 같다.
전화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시원시원하고 활기찬 목소리에 나도 다행히 금방 긴장이 풀렸다.
먼저 대표가 자기 회사는 어떤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지,
팀 구성은 어떻고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를 얘기해주었고
내가 자기소개를 한 후,
대표가 레주메에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질문들을 했었다.
이 회사에 왜 오고 싶은지, 그리고 Equity Analyst 가 되고 싶은 이유는
Call 전에 충분히 많이 연습을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역시 연습은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는다.
또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회사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줄지 열심히 어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외에 내게 궁금해했던 부분은
'왜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커리어 같은) 감사본부를 포기하고 유학을 오게 되었는지?'
'오래 오래 그것도 평생 다닐 준비가 되었는지?'
(의외였던 부분.
지난번 회사 면접때도 파트너가 '뼈를 묻을 각오가 되었냐'고 물어서 속으로 당황한 기억이 있는데,
사람뽑는 사람들의 심정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가 싶다.
나는 물론 이 회사는 되기만 한다면 아주 오래오래 눌러있고 싶다..!)
그리고 파이썬 스킬은 어느 정도인지, 뭘 할수있는지?
회계법인에 취업할 때는 인사팀 상무님 앞에서 자기소개 딱 2분한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 외에도 내 스토리에 대해 이것 저것 질문을 받아서
약간 진땀이 나기도 했지만
(내 레주메를 한글자 한글자 꼼꼼하게 정독하고 전화한 느낌)
다음주 정도에 한번 회사에 들러서 얼굴을 보자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었지.
이때는 몰랐다.
길고도 긴 리크루팅 프로세스의 시작이 될지.
그래도 내게 관심갖고 인터뷰 기회를 준 미국 회사가 있다는 것이 그냥 신기하고 기뻤던.. 그 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