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When Have Trees Existed Only for Rich Americans?"라는 흥미로운 뉴욕타임스 기사(2021년 6월 30일)가 나와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서 소득이 높은 동네일수록, 백인의 비율이 높은 곳일수록 더욱 녹지가 풍부하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동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오기 이전에는 지방 광역시에서 20년, 그리고 서울 대학가 근처에서 10년 정도 살았던 것 같네요. 운이 좋게도 이곳에서 비교적 푸르고 안전한 동네에서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저희 아버지께서 그동안 목이 닳도록 노래하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전원주택 짓고 사는 삶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보스턴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녹지가 풍부한 주택가입니다. 언젠가 강원도에 갔을 때 마셨던 것 같은 시원한 공기를 매일 만날 수 있고, 아주 오래된 나무들도 많습니다. 차로 10분거리 이내에 꽤 넓은 공원이 4개 정도가 있네요.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동네에 아주 넓은 잔디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생 토끼들, 각종 새들과 다람쥐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웃을 때가 많습니다.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녹지가 풍부한 환경에서 노출되는 것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싱싱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깨끗한 공기는 대기오염과 관련된 호흡기 질환을 낮춰주고요. 특히 여름에 나무들은 기온을 낮춰주며 열 관련 질환의 발생비율을 감소시킵니다. 이 뿐일까요. 나무가 많으면 사람들의 정신 건강, 사회 관계망이 더 튼튼해지며 범죄 발생비율도 낮춰준다고 합니다. 일리노이 대학은 시카고 내 98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건물 근처에 나무가 더 많을수록 범죄가 약 52%가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한 적이 있네요.

이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부유한 동네일수록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보다 녹지비율이 약 50%정도 많다고 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소득이 3만달러 이하인 지역이 약 22%의 녹지비율을 갖고 있다면, 10만달러~25만달러 소득이 발생하는 지역의 녹지비율은 약 33%입니다. 

출처 : American Forests

 

기사에 실린 것처럼 볼티모어와 포틀랜드의 고소득 지역과 저소득 지역의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합니다. 

출처 : The New York Times 

 

서울의 녹지 분포는 과연 어떤지 궁금해서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서울시 공원 면적도 자치구별 빈부격차...최대 12배 차" 라는 2019년 연합뉴스 기사 제목이 눈에 띕니다. 1인당 공원 면적을 비교해보니 종로구가 18.6제곱미터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는 1.59 제곱미터로 가장 낮았다는 내용이네요. 뉴욕타임스처럼 소득 또는 자산 수준과 녹지 비율의 직접적인 관계를 다룬 기사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시 공원 통계에 관한 조금 더 자세한 데이터는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자치구별 현존 가로수 수량 데이터를 엑셀 차트로 만들어보니 소득수준이 높은 (그리고 땅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치구가 가로수 수량에서도 다른 자치구들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강남구, 송파구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그 다음으로 높은 곳은 강동구, 영등포구, 서초구 정도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업무중심지구인 종로구와 중구는 가로수 수량은 낮은 편에 속하지만, 총 공원면적과 1인당 공원면적은 아주 높은 편에 속하네요. 그리고 강북구와 서초구는 총 공원면적과 1인당 공원면적 모두 상위권으로 서울에서 '숲세권'이 가장 잘 조성되어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데이터 출처 :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

 

서울은 다른 선진국들의 주요 도시에 비해 공원 면적이 낮은 편에 속하지만, 위의 데이터를 보면 서울 내에서도 녹지가 균형있게 분포해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차후에 이러한 녹지 분포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와 녹지 불평등의 개선 사례 등에 대해 다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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